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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보로 세계를 좁힌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작소 보잉社 르포

정순태   |   2010-05-10 | hit 2115

세인트루이스의 精神

美國 북중부 미주리州 세인트루이스市. 아주 오래 전에 「세인트루이스의 정신(Spirit of Saint Louis)」이라는 영화의 포스터를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었다. 주연은 좀 껑충하면서도 선량하게 생긴 모습 때문에 팬들의 사랑을 받은 1950년대 미국의 名배우 제임스 스튜어트.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영화의 줄거리를 모르는 필자가 알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뿐이었다.

도대체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이란 무엇이며, 왜 하필 영화 이름을 그렇게 거창하게 지었을까? 이것이 세인트루이스를 찾아가던 필자의 첫 의문이었다. 서울-미국 로스앤젤레스(LA) 간의 보잉 747 여객기 안에서, 이어 換乘(환승)한 LA-세인트루이스 간의 보잉 767 여객기 안에서 이 의문을 풀어보려고 꽤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했지만, 해답을 얻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이 의문은 세인트루이스 국제공항에 내려서야 겨우 풀렸다. 공항청사 통로를 빠져나오다가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공항청사 통로 한켠에 낡고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 한 대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 전시품의 몸통에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은 바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大西洋(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비행기의 애칭이었던 것이다.

이 비행기를 몬 조종사는 모험심에 가득 찬 찰스 린드버그(1903 ~1974)였다. 미국 육군비행학교에서 2년간 비행교육을 받은 그는 1926년 세인트루이스-시카고 간 우편 항공기 조종사가 되었다. 이어 1927년 5월20~21일 愛機(애기)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을 타고, 뉴욕-파리 간 대서양 無착륙 단독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소요시간은 33시간30분. 그는 이 모험비행으로 당시로는 거액의 상금이었던 2만5000달러를 거머쥐고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사업(KFX)의 후보기종들 가운데 하나인 F-15 이글(독수리)의 메이커이며 세계 제1의 항공-우주 기업인 보잉社의 군용기-미사일 제조 사업본부가 세인트루이스에 있다.

보잉社의 역사는 곧 세계의 航空史(항공사)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우선 필자가 타고 태평양을 논스톱으로 건너간 대형 여객기도 보잉社 제품인 보잉 747이었다. 1969년에 처녀비행을 한 보잉 747은 다른 어느 여객기보다 거대하고, 빠르고, 멀리 날며, 더욱 많은 승객을 운송했다. 그 최신 모델인 보잉 747-400은 416명의 승객을 태우고 7300항공마일(약 1만3500km)의 거리를 쉬지 않고 날 수 있다.

한꺼번에 승객을 400여 명이나 태우므로 항공료가 크게 떨어질 수 있었고, 논스톱 운행에 의해 시간 절약은 물론 사고위험도 줄어들게 되었다. 보잉社의 先導(선도)에 의한 대형 商用機(상용기)의 등장은 사람과 물자를 손쉽게 실어 날라 대륙 간의 거리를 훨씬 좁혔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이것 하나만으로도 보잉社는 세계의 모습을 바꾸어 놓은 회사가 분명하다.


전투기들의 뜨거운 4色戰

우리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KFX)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현재 한국 공군의 主力 전투기는 권투에서 라이트級 복서에 해당하는 F-16이다. F-16은 작고 민첩하지만 적진 깊숙이 날아가서 적을 때리고 돌아오는 임무를 수행하기가 어렵다. 이제는 縱深(종심) 공격이 가능한 미들級 이상의 파이터가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당초에는 신예 전투기를 120대 증강할 계획이었으나, 재정상의 문제로 우선 40대만 도입할 방침이다.

이번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경쟁에 참여한 機種(기종)은 보잉社의 F-15K, 프랑스 다소社의 라팔,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국이 공동 제작한 EF(유로파이터), 러시아의 SU(수호이)-35 등 네 개다. 어느 機種이 차세대 전투기로 뽑힐지는 아직 모른다. 2001년 6월에 결정된다.

경쟁은 뜨겁다. 熱戰(열전)은 라팔의 先攻(선공)으로 막이 올랐다. 한국의 탤런트 한 사람에게 프랑스에서 비행교육을 받게 하고, 라팔에 동승시켜 마하(초음속)의 짜릿한 순간을 체험케 했다. 그 과정이 KBS-TV의 인기 프로그램인 「도전! 지구탐험대」를 통해 방영되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라팔의 메이커인 다소社의 명예회장이 서울로 날아와 기자회견에서 유력한 기종의 하나인 보잉社의 F-15를 겨냥, 「낡은 기종」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더하여 프랑스의 대통령은 丙寅洋擾(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침범한 프랑스軍이 약탈해 간 奎章閣(규장각) 도서를 반환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원격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바야흐로 국가이익이 무엇인지, 그 敎本(교본)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더욱이 라팔과 유로파이터의 메이커는 한국에 대해 최대한의 기술지원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은 KFX사업을 통해 신예 전투기의 제조기술을 배우려는 悲願(비원)을 갖고 있다. 미국의 전투기 메이커들은 전통적으로 기술지원에는 인색한 편이다. 유로파이터와 라팔은 敵의 레이더에 잘 걸려들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일부 지니고 있다.

러시아의 수호이-35 메이커는 다른 3社에 비해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호이-35는 西方 전투기에 비해 값이 3분의 1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에어쇼에서 보인 수호이-35의 코브라 기능은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비행중이던 수호이-35가 갑자기 또아리를 튼 코브라처럼 멈춰서 방향을 바꾸는 재주를 부린 것이다. 이런 재주는 이제까지 헬기에서나 가능한 기술이었다.

경쟁 4社의 후보기종은 모두 不敗(불패)의 전투기들이다. 우열을 가르려면 한번 싸움을 붙여보면 되는데, 그럴 수도 없고, 서로 공중전을 벌인 기록도 없다. 다만 不敗의 내용은 다르다. F-15를 제외한 나머지 세 기종은 아직 실전경험이 없다. 반면 F-15E가 실전 배치된 전투기 중 최강이라는 점은 이미 그동안의 戰績(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잉社에 따르면 F-15K는 F-15E의 능력을 한 단계 높인 전투기다.

처음 보잉社는 韓美 군사동맹 또는 무기체계로 보나 韓美 교역관계로 보나 KFX사업의 최종승자가 「우리말고 어디로 가랴」하고 마음을 턱 놓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다가 다소社의 입체적인 先攻을 보고 보잉社의 가슴이 덜컹했던 것 같다. 보잉社는 서둘러 한국 언론을 상대로 홍보에 나섰다. 보잉社의 첨단기술 현장 등을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보잉社는 全세계적으로 145개국에 걸쳐 고객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런 적극성은 매우 예외적이라고 한다. 작년 12월, 필자도 보잉社를 취재하려는 기자들 일행에 끝縫들게 되었다. 그 비밀스런 첨단과학의 현장을 두루 보여주겠다는 데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미국의 무기발달史

태평양 연안의 도시 시애틀에 본사를 둔 보잉社의 사업부는 미국內 26개州에 산재해 있다. 주요 사업부는 워싱턴州의 시애틀-푸젯사운드, 캘리포니아州 남부, 미주리州의 세인트루이스, 캔자스州의 위치타에 자리잡고 있다. 이 가운데 필자의 첫 방문처인 세인트루이스 사업본부는 전투기 F-15, 미사일, 공격용 헬機인 아파치 롱보 등을 제조하는 미국 武器(무기)산업의 심장부다. 아파치 롱보도 한국의 향후 공격용 헬기 사업에서 유력한 후보기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여기서 말머리를 잠깐 돌려 전투기 발전사를 짚고 넘어가야만 다음 얘기의 전개가 쉬울 것 같다. 미국의 현대 무기발달사나 보잉의 社史(사사)를 대충 훑어보면 보잉은 뜻밖에 한국과 만만찮은 인연으로 맺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보잉社에서 제작된 美 공군의 최신예 重폭격기 B-29는 일본열도뿐만 아니라 한반도까지 출격했다. 젖먹이 시절 부산 동대신동에 살았던 필자도 B-29의 공습에 대비한 방공훈련을 받던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자주 동대신동-영주동 간의 파다만 굴 속(지금의 부산터널)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동네 반장이나 구장이 「항공」이라고 외치면 동네사람들 모두가 륙색을 매고 그렇게 허둥지둥 달려갔다는 것이다.

「본토 결전」을 외치던 舊일본제국은 B-29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상공에서 투하한 원자탄 두 발을 맞고 무조건 항복했다. 日帝의 항복으로 한국은 1945년 8월15일 광복을 맞았다. 우리 현대사와 보잉社 제품인 B-29가 맞물려 돌아간 것은 이런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다.

B-29는 6·25 동란 때 낙동강 방어전에 출격하여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1950년 8월16일 하루 동안, B-29 90여 대로 편성된 美 공군의 폭격기 편대는 경북 왜관 서북방 북한 인민군 집결지에 960t의 폭탄을 투하하여 그때까지 승승장구하던 인민군의 南進(남진) 의지를 꺾어버렸다. 낙동강 교두보를 지켜내는 데 B-29가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6·25 동란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製와 소련製의 제트 전투기가 맞붙은 전쟁으로 戰史에 기록되어 있다. 최초의 제트기 공중전을 벌인 날짜는 1950년 11월8일이었다. 美 공군의 F-80과 중국 공군의 MIG-15가 북한 상공에서 처음 만났는데, 이 때 F-80이 이기기는 했다. 그러나 F-80이 MIG-15보다 비행성능에 관한 한 열세라는 사실이 밝혀져 美 공군은 부랴부랴 당시 최신예 전투기였던 F-86 세이버를 한국전에 투입했다.

조종사들은 전투기끼리의 근접 공중전을 독 파이트(개 싸움)라고 부른다. 그 시절엔 전투기들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개처럼 싸웠다고 해서 그런 은어가 생겼다고 한다. 세이버는 독 파이트의 명수였다.

MIG와 세이버의 첫 대결은 같은 해 12월7일에 벌어졌다. 보름 남짓한 기간의 서전에서 세이버는 8대의 MIG기를 격추시켰다. 그로부터 1953년 7월 휴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세이버와 MIG는 주로 압록강 상공에서 死鬪(사투)를 거듭했다.

이 2년8개월간 F-86은 792대의 미그기를 격추시킨 데 비해 손실은 78대에 불과했다(美 공군 기록). 격추율 10대 1의 大기록을 세운 것이다.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F-86 이후 공중전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전투기를 보유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1970년대 중반에 F-15가 취역하기까지 美 공군의 전술항공부대에는 지상공격 능력에 중점을 둔 전폭기가 주력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즉, 전투기가 초음속화되면서 서로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 제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에서와 같은 근접 공중전이 이제는 일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전투기 대신 전투폭격기의 개발에 중점을 두었던 것이다.


MIG기의 위장공격에 속은 美 폭격기

한국전쟁 휴전 이후 美製 전투기와 소련製 전투기가 다시 맞붙은 곳은 12년 만인 1965년 北베트남 상공이었다. 이때 공중전의 주역은 월맹측의 MIG-21과 美 공군의 F-4 팬텀(유령)이었다. 당시 美 공군의 北爆(북폭)은 F-105의 폭격과 F-4 팬텀의 엄호라는 분담구조로 이루어졌다.

양측의 主力 전투기를 비교하면 레이더와 空對空(공대공) 미사일 등에서는 팬텀이 압도적으로 강세였으나 기동성에서는 MIG-21이 우세했다. 미그기가 가장 재미를 본 것은 F-105 편대에 대한 위장공격이었다.

F-105 편대는 미그기가 접근하면 일단 공중전에 대비하여 폭탄과 空對地 미사일을 모두 내버려야만 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공중전에 대비, 폭격의 임무를 포기한다는 얘기다. F-105가 폭격기이기는 했지만 공중전의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미그기 쪽은 상황이 결정적으로 유리하지 않는 한 공중전에 들어가지 않고 슬그머니 기수를 돌려 물러나 버렸다.

이런 위장공격에 번번이 속아 넘어가던 美 공군이 취한 대응책이 F-4 팬텀에 의한 이른바 미그캡(MIGCAP)이었다. 이 전술은 엄호 전투기 팬텀이 월맹 상공으로 먼저 출격함으로써 F-105편대와 미그기 사이에 방벽을 치는 것인데, 실제로 팬텀은 미그캡에 의해 상당한 戰果(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에서는 F-4 팬텀과 F-105 등 미국의 전투기들이 월맹의 구식 MIG-17에게조차 격추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항공작전을 수행하려면 역시 敵 전투기의 제압이 필수적 요소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월남전에서 美 공군은 미그기 137대를 격추시켰던 반면 60대가 격추당했다. 수치상 승리이기는 했지만, 한국전쟁에서 F-86이 올린 격추율 10대 1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기록이었다.

미국이 월남의 공중전에서 얻은 교훈은 「전투기의 근접 공중전 능력의 重視(중시)」였다. 주력기인 F-4 팬텀이 輕(경)전투기 MIG-21을 상대로 고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개발된 전투기가 F-15 이글이다. F-15는 공중전의 능력을 우선적으로 추구, 제작한 전투기다. 그러면 F-15는 F-4와 어떻게 다른가.

공중전에 필요한 것은 가속성과 기동성이다. 이것을 높이려면 기체의 중량에 비해 엔진의 推力(추력)과 主翼(주익)의 면적을 크게 해야 한다. 그래서 F-15는 F-4보다 15%나 큰 主翼을 달고, 30% 이상 센 파워 엔진을 장착했다. 그럼에도 강도가 높으면서도 가벼운 티타늄 합금을 많이 사용하고 구조설계의 묘도 살려 기체의 중량은 F-4에 비해 1t 이상 가벼워졌다. 공중전은 마하 1 이하의 속도에서 전개되지만, 모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최고속도를 마하 2.5까지 내도록 제작되었다.

1970년대 중반에 등장한 F-15 이글은 이후 25년간 「전투기의 王者(왕자)」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F-15는 값이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소련의 값싼 전투기인 미그나 수호이를 상대하면서 F-15만을 운용해서는 비용 對 효과 면에서 채산이 맞지 않았다. 그 결과 제작된 경량 전투기가 F-16이다.


56대 1의 공중전 결과

이스라엘軍의 레바논 침공전쟁에서 F-15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1982년 4월9일 오후 이스라엘 공군은 F-15와 F-16, F-4, A-4 등 총 96대를 출격시켜 시리아-레바논 국경지대인 베카고원에 있던 SAM5, SAM6 地對空 미사일 진지를 공격했다. 이에 시리아 공군도 MIG-23, MIG-21 등 총 62대를 동원하여 요격함으로써 2시간30분 동안 대규모 공중전이 벌어졌다.

그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시리아군의 MIG-23과 MIG-21은 29대나 격추당했으나 이스라엘 공군의 피해는 全無(전무)했다. 이와 비슷한 사태는 다음날에도 되풀이되었다. 6월10일 오전 공중전에서 시리아 공군의 MIG 전투기 8대와 공격용 헬리콥터 1대가 또다시 격추당했던 것이다. 이스라엘 공군기의 피해는 없었다.

이날 오후 이후 시리아의 공군기는 출격을 단념했다. 이스라엘-시리아 간의 휴전협정이 조인된 날은 6월12일. 개전일인 6월6일부터 휴전일인 10일 사이의 5일간 양국 공군기의 피해는 시리아군이 56대를 잃은 반면 이스라엘군은 1대 추락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불균형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兩軍(양군)의 항공기가 탑재한 레이더 火器管制裝置(화기관제장치: FCS)와 空對空 미사일의 우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F-15의 레이더는 100km 전방에서 적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F-16의 소형 레이더로도 40~50km 전방을 볼 수 있었다. 반면 MIG-23의 레이더 탐지거리는 40km, MIG-21의 경우에는 25km에 불과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美製 레이더는 하나의 목표를 조준, 추적하면서 동시에 다른 목표도 탐지, 발견할 수 있었지만, 소련의 전투기용 레이더는 하나의 목표를 조준하기 시작하면 그것 이외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미사일에도 격차가 있었다. 이 전투에서 이스라엘軍이 주로 사용한 미사일은 사이드와인더(방울뱀)였고, 시리아군은 소련제 AA2를 사용했다. AA2는 사이드와인더의 모방품이기는 해도 그것은 20년 전의 B형을 그대로 본뜬 것이었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미사일은 최신형인 L형이었다.

사정거리 등은 거의 같지만 L형은 운동성이 좋은데다 상대의 정면이나 측면 등 어느 방향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구형 사이드와인더나 AA2는 상대의 후방, 즉 엔진배기를 직접 포착할 수 있는 장소에서만 유효공격이 가능했다. MIG기는 상대의 꽁무니에 따라붙지 않으면 이길 수 없었다는 말이다.

겉보기로는 전혀 알 수 없는 레이더와 미사일의 차이가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 놓은 셈이다. 특히 F-15는 레이더의 유도를 받으면 사정거리가 20km에 이르는 스패로(空對空 미사일)를 장착하고 있었다. 이 바람에 공중전은 F-15의 독무대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시리아 전투기 중 몇 대는 F-15를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격추당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E-2C 레이더 경계기와 보잉707을 개조한 전자방해기까지 출동시켰다. E-2C는 후방에서 이스라엘 공군기를 지휘하면서 항상 시리아 공군기의 움직임을 탐지, 경보를 발령했다. 보잉707은 시리아군의 레이더를 향해 방해전파를 발사했다.

레바논전쟁 이후 F-15는 하늘의 王者로 군림했다. 그러나 미국은 F-15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4개 우방국에만 제공했다. 1988년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에서도 F-15는 후보 기종에서 배제되었다.

경쟁을 벌인 것은 맥도널 더글러스社 제품인 F-18 호넷(말벌)과 제너럴 다이내믹스社 제품인 F-16이었다. 미국 전투기 메이커들 간의 경쟁은 치열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F-16이 승리하여 현재 한국 공군의 주력기로서 활약하고 있다. 경쟁에서 패배한 맥도널 더글러스社는 10년 후인 1997년 미국 최대의 항공-우주산업체인 보잉社에 합병되었다.


전투기의 롤스로이스

1991년 1월에 벌어진 걸프전쟁은 최첨단 무기의 실험장이었다. 전쟁은 예상대로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개막되었다. F-15E, F-117 스텔스, 토네이도 IDS가 이라크의 주요 목표물을 맹타하는 가운데 해상에서는 약 10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이에 맞선 이라크의 공군력은 소련제 최신예기인 MIG-29, SU(수호이)-24, MIG-21, MIG-23와 프랑스製 미라주 F-1을 포함해 76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다국적군이 동원한 작전기는 모두 2500대. 질과 양에서 압도당한 이라크군의 공군력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파괴되거나 요새화된 격납고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패전의 날을 맞이했다.

이 전쟁에서 F-15E 전폭기는 미군의 주력기로 활약했다. F-15는 그동안 F-15A, F-15B, F-15C, F-15D로 개량되었고, 다시 F-15E로 업그레이드되어 1988년에 실전배치된 기종이다. 야간 低空航法 공격 시스템(LANTIRN)을 구비하고 있어 전천후 공격용 전폭기라고 불린다. 항로, 무기체제지령, 적 탐지기능 등을 구비하고 있는 최첨단 CRT레이더, 암람 空對空 미사일, 매버릭 空對地 미사일, 유도 MK20 룩아이 등 무장 적재능력이 뛰어난 「전투기의 롤스로이스」로 평가되었다.

걸프전쟁에서 F-15E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란 공군기지에서 보조연료탱크와 空對空 미사일, 기관포를 장착한 채 폭탄을 가득 싣고 이라크로 날아가 목표물을 강타했다. 보잉社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美 공군과 사우디 공군 소속 F-15E와 F-15C는 모두 250대로서 7500회나 출격하여 각각 95.9%와 94%의 임무완수율을 기록했다. 또 이 과정에서 F-15E와 F-15C는 이라크 공군기 30대를 격추시켰다.


보잉社가 주장하는 F-15K의 比較優位

보잉社의 경쟁사들은 보잉社가 F-15K의 정확한 제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 말은 보잉社가 한국에 제공하려는 F-15K의 성능이 현재 美 공군의 주력기 F-15E보다 못한 것을 감추기 위한 술책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필자는 보잉社측에 이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다음은 보잉社가 전투기의 수명, 최신기술, 생존성, 다양성, 호환성 면에서 F-15K가 경쟁기종에 대해 비교우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F-15K가 F-15E의 기량기종이라고 주장하면서 제시한 답변의 요약이다.

●F-15K는 8000시간의 기체 운용 수명을 보장함. 다른 경쟁기종은 6000시간 보장.

●1만8000시간의 구조시험 결과 결함이 발견되지 않음. 이는 KFX(한국 차세대 전투기사업)가 요구한 조건의 3배임.

●F-15K는 항공기 壽命(수명) 동안 지속적인 성능개선이 가능하도록 설계됨.

●라팔 및 타이푼(유로파이터) 사업은 지난 20년간 표류해 아직 실전에 운영된 바 없음.

●F-15K에 탑재될 APG-63(V)1 레이더는 F-22(미국의 차세대 전투기)의 레이더보다 최신형임.

●F-15K는 경쟁기종보다 빨리 적의 위협을 포착 추적하며, 더 많은 목표물과 교전하고, 가장 먼저 미사일을 발사해 위협물을 파괴하는 능력을 보유함.

●KFX 입찰에 참여한 경쟁업체는 5~7년 후에야 空對空 및 空對地 전투에 대해 완전히 보완된 소프트웨어를 보유할 수 있음.

●경쟁기종들은 다목적 전투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능력은 단거리에 제한된 空對空 전투에 국한되며, KFX 사업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음.

●F-15K가 탑재한 하니웰의 최첨단 디스플레이 핵심 프로세서(ADCP)는 경쟁기의 핵심 프로세서보다 우수한 최신예 중앙 임무 컴퓨터임.

●F-15K는 무게 對 추력 비율이 1.5 이상으로, 어떤 적에 대해서도 대응기동을 할 수 있음.

●F-15K는 지상에서 3만 피트까지 이륙하는 데 80초가 소요됨. 이는 한국 공군의 요구조건보다 70초가 빠른 것임.

●F-15K는 쌍발 엔진, ALQ-135M 방해 전파 발신기 및 ALR-56C(v)1 레이더 경보 수신기와 같은 뛰어난 전자전 시스템, APG-63(v)1 레이더, 그리고 AMRAAM, AIM-9L 및 AIM-9X와 같은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어 실전 배치된 적의 어떤 전투기도 포괄적으로 공격, 파괴할 수 있음.

●F-15의 손실률은 10만 시간 비행당 한 대로, F-15E는 안정성에 있어 사상 최고 기록을 보유함.

●F-15K는 空對地 무장 12개와 자체 방어 空對空 미사일 4개를 탑재하고도 전투행동반경이 거의 1000마일에 달하는 유일한 항공기임.

●F-15K는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밖에서 3시간 이상 전투 공중 초계(CAP)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下略)


세계 무기산업의 현황

보잉社의 1999년 매출액은 580억 달러에 달했다. 임직원 수 19만5000명. 미국 최대의 수출업체이다. 보잉社에 따르면 全매출액에서 商用(상용) 항공기 부분이 66%에 달하고, 군용기 및 미사일 부분이 21%, 우주 통신 부분이 12%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액 중 미국內 부분이 78%, 해외 부분이 22%를 점하고 있다.

세계 무기시장에서 보잉社는 제1의 큰손이다. 세계 전술전투기 시장에서 점하는 비중을 보면 보잉社 30%, 록히드社(미국) 21%, 三星(한국) 8%, 다소(프랑스) 7%, 수호이(러시아) 6% 등이다. 三星이 일약 3위를 차지한 것은 제너럴 다이내믹스社(미국)의 기술이전에 따라 F-16을 조립하여 한국 공군에 납품했던 일시적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폭격기 부문에서는 보잉社가 54%, 록히드社가 32%, 아비스타社가 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軍用 헬기 부문에서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보잉 29%, 수호이 17%, EH 인더스트리스 16%, 유로콥터 프랑스 6%, MIL社 6%, 미쓰비시 5% 등의 順이다. 유도무기(미사일) 부문에서는 래이선이 20%, 록히드 20%, 보잉 14%, 러시안 7%, 마르타 BAe 6%, 텍스트론 5%, 미쓰비시가 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보잉社가 세계 제1의 武器商(무기상)으로 급부상한 것은 1997년 맥도널 더글러스(MD)社를 흡수합병했기 때문이다. 맥도널 더글러스社는 F-15A, B, D, E와 해군함재기 F-18 호넷과 F-18 슈퍼 호넷기의 메이커였다.

그럼에도 1988년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 MD社의 F-18이 제너럴 다이내믹스(GD)社의 F-16에게 패배한 악몽은 잊지 못하고 있었다.


보잉社, 핵심적인 항공전자 부문 담당

보잉社는 이밖에도 AV-8 헤리어 Ⅱ플러스라는 이름의 수직상승 전투기와 T-45 고스호크라는 해군용 훈련기를 제작, 재미를 보고 있다. 美 공군의 21세기 制空전력을 담당할 F-22 개발 사업에서 보잉社는 핵심적인 항공전자 부문을 담당하여 제작에 있어 3분의 1의 참여가 보장되었다. 스텔스(레이더에 보이지 않는) 기능을 가진 F-22는 이미 시제품이 완성된 상태로 이제는 몇 대를 생산할 것인가 하는 美 정부의 정책적 판단만이 남아 있는 전투기다.

미국이 F-22와 더불어 또 하나의 21세기형 전투기로 구상하고 있는 것이 JSF(Joint Strike Fighter)이다. 美공군, 해군, 해병대에서 사용될 JSF는 보잉社와 록히드社가 각각 경쟁적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2000년 9월과 10월에 각각 시험비행을 했다. 美 정부가 어느 쪽을 선정할지는 미지수이나 스텔스 기능을 가진 1인승, 엔진 하나의 가벼운 전투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수송기와 공중급유기에서는 보잉社 제품이 압도적 위치에 있다. C-17 글로브마스타 Ⅲ는 1995년 美 정부로부터 최우수 설계상을 받은 수송기다. 美 정부로부터 120대를 발주받아 이미 60대를 인도했다. 앞으로 60대의 추가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美 육군이 보유한 최대형 탱크도 수송할 만큼 위력적이어서 캐나다軍에서도 관심을 갖고 발주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수송기 C-32A Ⅲ는 보잉 757기를 개조한 것으로 美 부통령의 전용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C-40A는 보잉 737을 개조한 것으로 美 해군의 화물수송기로 애용되고 있다. 보잉의 여객기는 이밖에도 보잉 707, 767 여객기와 DC-10기는 공중급유기로 개조되었다.

보잉社가 제작한 무기로는 걸프전쟁에서 함대지 미사일로 사용한 하푼 블로크Ⅱ와 F-15에 장착한 유도형 미사일 AGM-130, 크루즈 미사일 CALC과 SLAM, 스마트탄인 JDAM, 그리고 F-15 등에 장착되는 20mm 기관포인 부시마스타 등이 있다. 보잉社에 따르면 空對地 유도무기인 JDAM에 대해서는 한국 공군에서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군의 공격용 헬기 사업에서 유력한 후보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AG-64D 아파치 롱보도 보잉社 제품이다. 보잉社는 이밖에 RAH-66 코만치, CH-47 치누크, V-22 오스프레이 등 헬기도 생산하고 있다.

보잉社의 폭격기로는 50년 전에 생산했으나 앞으로 50년간 계속 실전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B-52H 스트레이토포트리스, 그리고 장거리 임무를 수행하는 B-1B 랜서가 유명하다. 보잉社는 노스롭社와 공동으로 차세대 폭격기인 B-2 스피리트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브레인 집단 팬텀 워크스

팬텀 워크스(Phantom Works)는 보잉社의 R&D(연구-개발) 조직이다. 이 조직이야말로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만드는 브레인 집단이다. 팬텀 워크스를 이끄는 조지 뮐러 부사장은 『보잉의 경쟁력은 우리 조직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4000여 명의 팬텀 워크스 직원들은 약 500개의 최신기술 개발 프로젝트 사업에 매달려 있다. 보잉社의 R&D비용은 2000년에 15억 달러에 달했고, 2001년에는 18억 달러로 책정되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R&D를 지휘하고 있는 제니 애니스 부사장은 『상용기, 우주선, 통신 및 방위산업 분야에서 高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첨단기술, 공정,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텀 워크스 팀은 3-D 모델링, 시뮬레이션, 가상현실 도구 등의 개발을 통해 설계 주기와 비용을 절반으로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가 기자 일행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한 것은 제조공정팀이 만들었다는 금속복합구조체였다. 이것은 불순물이 혼합되게 마련인 통상적인 용접이 아니라 마찰교반용접(Friction Stir Welding)에 의해 제조된 것이었다. 마찰교반용접은 여러 금속구조체의 사이를, 高熱(고열)을 발생시키는 순간적인 마찰을 통해 연결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러한 일체형 금속복합구조체는 멀티 피스(Multi-piece) 구조체보다 훨씬 강하고 가볍게 마련이다. 물론 비용도 적게 들고 작업 진도도 빠르다고 했다.

팬텀 워크스는 이밖에도 커나드 로터, X-37 再사용 우주선, 무인 전투기 등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커나드 로터는 헬리콥터처럼 이착륙이 가능한 차세대 군용기다. 2002년부터 美 해군과 해병대에 납품할 예정이라고 한다. X-37은 조종사 없이 전자동으로 마하 25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는 우주선으로 곧 시험비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재래식 비행기보다 연료효율이 20% 가량 높은 연속형 동체 비행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12월4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행된 견학을 끝낸 기자 일행은 밤 비행기로 다음 일정을 위해 세인트루이스를 떠나야 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미국 프로야구사상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을 친 맥과이어가 소속된 세인트루이스 커디널스 팀의 홈그라운드다.

또한 이곳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마크 트웨인의 고향으로서 그 生家가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제일 긴 미시시피강의 상류가 이 도시를 관통하고 있다. 바로 이 지역 미시시피강 일대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핀」의 무대다.

서부 개척시대의 세인트루이스는 서부로 향하는 역마차들의 출발점이었다. 지금 이 출발점에는 큰 기념 아치가 세워져 있다. 인구 250만의 도시인 만큼 둘러볼 만한 곳이 적지 않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어느 한 곳에도 가보지 못했다.


소련 대장 출신

기자 일행의 다음 방문처는 캘리포니아州 실비치에 본부를 둔 보잉社의 우주통신사업그룹이었다. 이곳은 지난 50여 년간 축적된 우주통신 분야의 성과를 통합한 하나의 거대한 센터다. 보잉의 우주통신사업은 로켓 발사 서비스, 정보통신, 유인 우주비행과 탐사, 미사일 방위와 우주통제 부문으로 나뉜다. 보잉은 우주왕복선과 거기에 들어가는 주요 엔진이 제작하면서 우주정거장을 구축하고 있다.

우주 통신의 핵심 사업은 델타 로켓으로 불리는 육상 위성발사 프로그램이다. 보잉은 1960년 이래 282회에 걸쳐 델타위성을 발사함으로써 이 부문에서 세계 최다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존 로버 부사장은 『델타 로켓 발사체 매출이 2000년엔 7억 달러에 그쳤지만, 2005년에는 27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면서 『델타Ⅱ로켓 프로그램의 경우 한국통신의 무궁화 2호를 궤도에 올리는 등 지난 10년간 93개가 발사되었으며 97%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델타 Ⅱ는 1999년에 13대, 2000년에 15대가 발사되어 세계 최고의 비행률을 기록했다.

이어 그는 『현재 4000~1만3000kg의 위성체 여러 개를 동시에 실을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인 델타Ⅳ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현재 美 공군 등과 40대의 발사 예약이 체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델타사업 담당 진 힌슨 이사는 『1997년 이후 델타 로켓의 발사 성공률은 100%에 이르는 등 정확성과 신뢰성이 높다』면서 『우주정거장에서 지진을 예측하고 화성을 탐사하는 등 우주개발의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에 사업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내다보았다.

보잉은 육지에서만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시란치(Sea Launch)라는 세계 유일의 해상 위성 발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노르웨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4개국 합작기업인 시란치社는 보잉社가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합작기업은 현재까지 두 차례에 걸쳐 상업용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현재 18건의 확정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때마침 통신위성을 발사하는 시란치의 母船(모선)과 子船(자선)이 롱비치 해안에 정박하고 있었다.

롱비치라면 우리 國籍船社(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이 기항하는 美 서해안의 주요 항만이다. 부두 가까이에 두 船社의 컨테이너 야드가 있다. 이곳으로 이동중 韓美 합동군사훈련 팀스피리트가 실시될 때마다 대형 탱크 등을 싣고 부산항에 입항했던 美 해군 수송선 노포크號가 정박해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란치 母船에서 舊소련의 퇴역 大將을 만났다. 콘 이사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그는 舊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號를 쏘아 올렸던 1957년 당시, 핵심 멤버로 참여한 인물이다. 기자 일행은 다시 밤 여객기로 보잉社의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로 날아갔다.


시애틀→알래스카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면 이 캐나다와의 국경도시는 짙은 안개에 젖어 있다. 「스페이스 니들(우주의 바늘)」이라는 이름의 전망대에 올라 엷은 안개로 뒤덮인 시애틀의 시가를 내려다보니까 과연 로맨스의 무대가 될 만큼 아름답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단 하루만 경험한 필자는 12월7일 밤 알래스카州의 앵커리지로 이동했다. 앵커리지 소재 공군기지에서 F-15E 비행단과 격납고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12월8일 오전 9시30분, 엘멘돌프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즈음의 해 뜨는 시각이 오전 10시여서 그런지 아직 주위가 어두웠다. 북극에 가깝기 때문이다.

엘멘돌프 기지에는 F-15E 1개 비행대가 주둔해 있다. 여기서도 예의 브리핑을 빠뜨리지 않았다. 먼저 F-15E의 조종사와 무기통제관이 브리핑에 나서 이 비행기의 우수성을 거듭 강조했다. 브리핑에 나선 두 大尉(대위) 중 하나는 조종사, 다른 하나는 무기통제사인 콤비관계다.

『평시에는 어떤 훈련을 하느냐』는 질문에, 『붉은 깃발 훈련을 한다』고 대답했다. 美 공군기들끼리 편을 갈라 공중전 모의훈련을 한다는 얘기다. 『작전 중 둘이 뜻이 맞지 않아 다툴 때가 없느냐』는 물음에는 『지휘권은 조종사에게 있고, 敵機(적기)와 조우한 후 최초 20초간의 무기사용권은 무기통제사에 부여하는 등 역할분담이 규정으로 확립되어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F-15E의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세 명의 하사관들이 나서 유지 보수가 편리하다는 점을 길게 설명했다. 요컨대 고장이 나면 부품 하나하나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을 패키지로 교환하기 때문에 정비가 매우 간단하고 신속히 이루어진다는 얘기였다.

드디어 F-15E와 만나는 시간이 왔다. F-15는 매우 잘생긴 전투기였다. 몸통과 날개 구석구석에 미사일을 달고 있었다. 심지어 꼬리날개의 상단에도 空對空 미사일 하나를 달고 있다. 앞날개와 몸통이 연결된 부분에는 기관포가 장착되어 있다. 몸통에 붙은 나사를 풀고 보니 온통 직육면체의 상자들로 채워져 있다. 고장이 나면 고장 부위에 따라 이 상자를 하나만 갈아끼우면 「정비 끝」이라고 한다. 앞뒤로 두 사람이 타는 조종실은 전자장비로 빼곡하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이용한 걸작품이다.

엘멘돌프 기지 방문을 끝으로 필자는 일주일간에 걸친 「보잉 투어」를 끝내고 그 날 저녁 보잉 747 여객기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보잉 747에 에어버스 슈퍼점보기가 도전

보잉 747은 全세계적으로 최상급 여객기의 대명사로 회자되어 왔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국가의 항공컨소시엄인 에어버스社가 제작하고 있는 슈퍼점보기 A380은 앞으로 보잉 747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에 등장할 슈퍼점보기의 諸元(제원)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세계 여객기 시장의 판도를 흔들어 놓을 만하다. 슈퍼점보기는 항속거리가 보잉 747의 기록을 깰 것이며, 2층 객실 구조에 의해 한 번에 500여 명 승객을 수송하는데다 연료는 경쟁기에 비해 15% 절감될 것으로 전해진다.

에어버스社의 홍보작전은 벌써부터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것(슈퍼점보기)은 당신을 호텔로 데려다 주는 것이 아니라 이 자체가 호텔이다」라는 문구가 에어버스社의 캐치프레이즈. 욕실과 샤워룸, 기내 면세점, 바 등을 갖춘 超호화판 여객기다.

에어버스의 슈퍼점보기 생산을 앞두고 國際商戰(국제상전)도 날카롭게 전개되고 있다. 2000년 12월19일 클린턴 美 대통령은 『(슈퍼점보기 생산에 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에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문제삼는 부분은 에어버스의 슈퍼점보기 생산을 위한 EU의 자금 지원. 미국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EU와의 협의를 요구했는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불공정행위로 제소하기 위한 前단계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에어버스의 경쟁사인 보잉社는 슈퍼점보기가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잉社의 관계자에 따르면 『보잉社는 747기종보다 더욱 많은 승객이 탑승하고 더욱 멀리 날 수 있는 여객기를 제작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라면서 『그러나 충분한 시장수요가 발생할 경우에만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