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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史」의 주요 내용과 평가

정순태   |   2003-03-06 | hit 3215

淸朝는 중국 25왕조 중 근대사가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에 중국대륙을 통치한 왕조이다. 청조의 통치시기에 중국은 세계 GNP의 30%를 차지할 만큼 전성기를 누렸으나 1842년 아편전쟁의 패전 이후 고통스런 체제 해체의 과정을 거쳤던 만큼 東아시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부문에서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은 소수민족인 만주족이 세운 정복왕조 淸을 일단 부정하고 출발했지만, 현대 중국을 꿰뚫어보려면 淸史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또한 淸의 역사는 조선왕조의 모양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임계순 교수의 「淸史」는 국내에서 처음 발간된 중국왕조의 單代史로서 크게 5부로 나뉘어 저술되었는데, 정치사 중심의 다른 역사서와는 달리 사회사와 경제사도 중시했으며, 중국사의 大家(대가) 로이드 이스트만(미국 일리노이 대학 교수:1993년 작고)의 제자답게 매우 분석적으로 저술되었다. 750페이지, 도서출판 신서원 발행.


제1부 청조의 흥기와 중국 정복

누르하치가 조직한 팔기제도, 後金(淸의 전신)의 사회구조와 경제발전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누르하치를 계승한 홍타이지가 어떻게 후금국을 중앙집권적 관료국가로 개혁해 가며 王權을 강화하여 청조를 확장해 나가는가를 분석했다. 또한 明朝(명조)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만주족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검토했다.


제2부 중앙집권적 유교관료국가 수립

만주족이 다수의 漢人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유화정책과 강압책, 전제군주권과 관료체제 확립, 사회경제 질서 및 구조의 개혁, 사상과 문화의 통제, 그리고 성공적인 대외관계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청조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대외관계의 골격을 제시한 제2부는 청조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 부분이다. 특히 뛰어난 통치력을 지닌 康熙帝(강희제), 擁正帝(옹정제), 乾隆帝(건륭제) 등 초기의 황제들이 정복왕조로서 새로운 국면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면서 팍스 시니카를 이룩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압권이다.


제3부 번영과 쇠퇴

청조의 영토 팽창정책과 邊方(변방)통치, 경제성장으로 인한 상공업과 도시의 발달, 전성기의 화려한 번영 속에 내재된 모순으로 인한 청조 통치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완현상 등을 분석하고, 서양 열강의 東進(동진)과 이로 인해 발생한 전쟁들과 太平天國(태평천국)의 봉기에 대해 살펴보았다. 또한 내륙 아시아 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하여 중국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가진 多민족국가를 형성하게 된 과정 및 변방 민족에 대한 정책을 검토했다. 아울러 일부 지역의 경제가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을 이룩하지 못하고 자본주의 경제로의 발전도 실현하지 못했던 이유를 분석했다.


제4부 구질서 회복을 위한 自强운동

서양 열강의 침략과 태평천국의 출현으로 위기에 직면한 淸朝가 난국 극복을 위해 실시한 중흥정책과 洋務(양무)운동, 그리고 서구 열강과의 새로운 외교관계를 살펴보았다. 특히 열강의 지속적인 침략으로 중국인이 중화주의적 세계관을 포기하고 국제질서를 서서히 받아들이는 고통스런 과정이 소개되었다.


제5부 미완성의 개혁

청일전쟁 패전 이후 기존의 양무운동으로는 일본을 포함한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응할 수 없고 산적한 국내문제 역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어 정치, 경제, 교육, 군사, 가치관까지 개혁하려는 變法維新(변법유신) 운동, 제국주의 열강에 저항하는 군중들의 義和團(의화단)운동, 그리고 전제군주제를 입헌군주제로 개혁하여 국가위기를 타개하려 했던 新政(신정)운동 등에 대해 서술했다. 여기서는 변법운동의 실패 원인, 열강의 제국주의 침략과 그로 인한 反외세운동의 성격, 新政 개혁의 내용과 그 실패 원인, 그리고 새로운 지식계급의 대두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학계의 평가


임계순 교수의 「淸史」에 대해 서울여대 金澤中(김택중) 교수는 『청왕조 296년간을 일목요연하게 한 권의 單代史로 저술한 것은 국내 최초의 학문적 업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민족과 만주족은 親緣性(친연성)이 깊을 뿐만 아니라 조선-청의 관계사 부분은 아직도 논란이 많은 학문적 분야인만큼 淸史의 저술에 있어서 조선왕조실록과 淸史稿(청사고) 등 양국의 사료를 엄밀하게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이 부분은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건국대 梁必承(양필승) 교수는 任교수의 「淸史」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국내의 역사 개론서가 거의 대부분 연대기적으로 서술되어 독창성이 미흡했는데, 淸史는 저자의 시각과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부문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淸朝를 분석하고 있다. 중국, 일본의 사료와 자료뿐만 아니라 서구 학계의 연구성과를 충분히 반영한 만큼 연구서와 같은 개설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기 좋은 책으로 만든 것은 저자의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淸史」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인상처럼 정치사 중심의 구성에 다소 불만이 있는데, 「위로부터 밑으로」가 아니라 「밑에서 위로」 보는 사회사적 접근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