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취재 수첩을 휴대하지 않은 다급한 상황에서 흰 Y셔츠의 소매 부분에다 사정없이 청색 볼펜으로 빽빽하게 메모를 했던 경험의 남자가 제작 아이디어를 낸 ‘名言수첩’이 출시되었다. 제작의 아이디어를 낸 남자는 조갑제닷컴의 대표 조갑제 기자이다. 위의 일화는 역시 언론계 출신인 그의 부인 任貴玉(경향신문 조사부장 역임) 씨가 40여 년 전에 혀를 끌끌 차며 필자에게 들려준 얘기다.
45년 넘게 글쓰기를 生業으로 삼아온 필자도 ‘名言수첩’을 처음 대하고 볼펜으로 몇 자를 적어본 다음 “이건 세계 제1의 수첩”이라며 장단을 맞춰 찬양했다. 우선, 종이가 꺼끌꺼끌하지 않고 얇고 부드럽다. 볼펜이 수첩 위를 날 듯 굴렀다.
휴대폰이 등장한 이후 현대인의 호주머니는 매우 복잡해졌다. 외출 때, 필자의 경우 휴대폰뿐만 아니라 주민등록증, 현금, 신용카드 등이 든 지갑에다 돋보기 안경, 약봉지, 손수건, 휴지 따위를 넣고 다니는 바람에 무거운 수첩이 항상 부담스러웠다.
다섯 권으로 이뤄진 ‘名言수첩’은 가볍고 얇아 휴대하기 편하다. 각권 64쪽이다. 왜 名言수첩인가 했더니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예컨대 제1권 ‘LOVE’ 수첩 첫 장에는 다음 구절이 적혀 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 전서 13장)
다음은 제2권 ‘HUMOR’ 첫 장에 적혀 있는 구절.
콜 수상은 번개만 치면 웃는다.
왜?
사진 찍는 줄 아니까.
(‘콜의 웃음’에서) ●
메모하는 남자의 아이디어
급한 김에 Y셔츠의 소매를 수첩 代用으로 사용했던 남자의 아이디어로 제작한 ‘名言 수첩’
글 鄭淳台(작가) 기자 20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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