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기사

[書評]「김병모의 고고학 여행」(1·2권 / 고래실 출판)

한국문화를 유라시아적 시각으로 조감한 최초의 시도

글 정순태 기자  200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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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은 과거에 있었던 여러 종류의 깨진 그림을 맞추어 나가는 작업이다. 글자로 기록된 과거를 再구성하면 「역사학」이고, 토기 한 조각이나 불탄 집자리에 남은 흔적으로 옛날 일을 추리해 내면 「고고학」이다. 어설픈 상상력으로 과거를 복원하면 그저그런 픽션이 되기 쉽지만, 증거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과거사를 그려 나가면 비로소 과학이 된다.

고고학자 金秉模(김병모) 교수의 손에 잡힌 유물들은 깨진 수많은 파편들 중 일부였지만, 그는 오랫동안 미궁에 빠져 있던 중대한 사건을 해결해 내는 名탐정처럼 우리의 오랜 의문에 대한 정답을 이 책에서 제시했다.

金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유라시아 대륙 구석구석을 찾아 다니며 틈틈이 써놓은 메모가 작은 수첩으로 수백 권에 달한다. 그는 이것들을 이 책에서 에세이 식으로 부드럽게 썼다.

인더스·알타이·스키타이 문화에서 한국문화의 뿌리를 발견했던 일, 바이칼 호수 연안에서 한국인과 가장 유전인자가 비슷한 브리야트族과 만났던 일, 몽골 초원에서 석탈해의 角杯(각배)와 똑같은 술잔으로 폭탄주를 돌리는 유목들민과의 대화, 金海의 神魚山(신어산) 은하사에 새겨진 神魚像(신어상)과 똑같은 紋章(문장)을 아유타국의 故地에서 찾아냈던 일 등이 글로벌 시각으로 그려져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後記(후기)의 형식으로 「한 인문학자의 생각」을 털어놓았는데, 다음은 그 요약이다.

『고고학자로서 南아시아의 열대지방과 유라시아 내륙 지방을 샅샅이 살펴보고 느끼는 점은 한국사는 고대사로 갈수록 國際史(국제사)이고, 근대로 올수록 局地史(국지사)로 변했다. 확보된 작은 농토를 지키며 純血(순혈)주의에 중독되었다. 한국인은 우월하다는 選民(선민)의식에 빠져 있고, 주변 민족은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현상은 자존심을 넘어 근거 없는 우월의식이다. 국가 對 국가의 관계는 목전의 이익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칭기즈칸의 제국이 세계를 압도했지만, 그들의 沒(몰)역사성 때문에 정복민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 결과, 그 후손들은 지금 강국에 포위되어 숨도 못 쉬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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