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기사

창간 25주년 기념 기획 연재 ⑥ - 三星의 세계 一等主義 연구
의료文化를 바꾼 三星서울병원

『2015년까지 아시아 최고 병원을 실현하면, 그 다음 목표는 존스홉킨스병원과의 경쟁이다』

글 정순태 기자  200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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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星서울병원은 「친절하고 깨끗한 병원」으로 소문나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친절하고 깨끗한 만큼 의료의 質(질)도 높은 것일까. 아직도 국내의 돈 많은 환자들은 굳이 외국의 유명 병원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나타내는 하나의 바로미터이다.

三星서울병원은 1994년 11월9일 開院(개원)했다. 이제 겨우 10년 된 병원에 대해 「세계적 수준」 운운은 무리한 기대치일 터이다. 현재의 위상으로 진입한 것만 해도 경이적이다. 三星서울병원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현대아산병원과 더불어 우리 의료계의 「빅 4」로 불린다. 「빅 4」는 저마다 특정 진료 부문에선 『우리가 국내 최고』라고 자처하며 국내 의료시장에서 4巴戰을 벌이는 형국이다.

물론 三星서울병원은 「빅 4」 중에서 막내둥이다. 하지만 그 10年史는 일찍이 그 누구도 쓰지 못한 成功學(성공학)의 교과서라고 부를 만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해마다 「고객 만족도」 제1위의 병원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의 대학병원들뿐만 아니라 서울의 중위권 대학병원들까지 『三星서울병원이 너무 (환자를) 당기는 것 아니냐』고 잔뜩 경계하고 있다.

三星서울병원은 부지 6만 평, 연건평 6만여 평(지상 20층, 지하 5층)의 「지능형」 건물에 1278개 병상과 40개의 진료과, 8개의 특성화센터와 110여 개의 특수클리닉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900여 명의 의사와 1200여 명의 간호사를 포함한 4700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三星서울병원은 『최우수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시스템을 갖춰 국내 최고의 진료를 시행하겠다』는 공언을 하고 출발했다. 과연 국내 최고의 진료를 시행했는지,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 다만, 三星서울병원이 국내 최초의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위해 결코 범상치 않은 노력을 해 온 것은 분명하다. 이 병원의 「환자 중심 의료 서비스」는 줄곧 다른 병원들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 왔다.


현관 가까이에 있는 고객상담실
삼성서울병원 로비.

三星서울병원의 본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고객상담실」이다. 지난 9월3일 토요일 오전 9시. 어떤 곳인지 궁금해 열린 문 안으로 고개부터 먼저 들이밀어 주뼛주뼛 전후좌우를 살펴보았다. 30代 중반의 여성 근무자가 낭랑한 목소리로 『어서 들어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면서 필자의 어색함을 풀어 주었다.

책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그녀는 잽싸게 일어나 종이컵에 담긴 시원한 차 한 잔을 냉장고에서 끄집어내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명찰에는 「최복연」이라고 쓰여 있다. 과장급 간호사이다.

─여긴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환자들의 제안이나 불만을 듣는 곳입니다』

─백화점의 고객상담실은 지하 4층이나 꼭대기 층의 구석에 처박아 두고 있는데, 여긴 다르군요. 고객상담실을 현관 가까이에 설치한 까닭이 무엇입니까.

『환자들의 제안이나 불만을 들어야 우리의 잘못을 고칠 수 있어요. 구석진 곳에 고객상담실을 차려 놓으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 분도 귀찮아서 찾아오지 않거나 오시는 도중에 분이 좀 풀려 우리에게 적나라한 말씀을 못 하실 것 아닙니까』

─환자들이 어떤 불평들을 합디까.

『(崔과장은 이 대목에서 필자의 수작이 아무래도 수상쩍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은 환자 아니시죠』

─(명함을 내놓으며) 취재하러 왔습니다.

『취재에 응하려면 (병원) 홍보실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데요』

─토요일이라 홍보실은 휴무 아닙니까.

『당직자가 있을 겁니다』

최복연 과장은 전화를 걸어 누군가에게 허락을 얻은 듯했다.


개혁 위해 환자의 불평과 건의 경청

─三星서울병원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지방에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면서 찾아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분은 없습니까. 三星서울병원 역시 다른 대학병원과 마찬가지로 외래환자에 대한 진료 소요시간이 대개 3분 정도로 끝나 버리니까요.

『멀리서 물어물어 왔는데, 그 경비가 아깝다며 속상해하는 환자들도 있어요. 대개의 환자들은 담당 의사에게 묻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다른 환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분위기에 눌려 이것저것 캐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상담실에선 담당 의사를 대신하여 환자들의 얘기를 열심히 듣고 그 내용을 의료진에게 요령 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객상담실의 업무는 결국 환자의 마음을 달래는 일이군요.

『얼마 전 환자 한 분이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 「돈은 달라는 대로 다 주었는데, 다리가 짧아졌다」고 고객상담실에 거칠게 항의한 일이 있었어요. 다리의 길이와 각도 같은 것을 다 정확하게 잰 다음에 수술하는 만큼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거든요.

하지만 이런 환자의 말이라 해서 그냥 듣고 넘길 수는 없어요. 불만사항을 듣고 차트에 기록해 두고 우선 담당 간호사에게 그 내용을 전달합니다. 再診日에 다시 한번 담당 의료진에게 환자의 불만사항을 고지합니다. 그러면 담당 의사는 진료 중 그 환자에게 「수술한 부위에 힘을 안 주게 마련이어서 다리를 저는 것」이라면서 「물리치료를 얼마 정도 하면 한쪽 다리가 짧다는 느낌이 사라질 것」이라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환자의 건의로 개선된 것은 어떤 것입니까.

『제가 정형외과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만, 입원환자들에게 복도에서 걸어다니는 운동을 권했습니다. 저의 권유를 들은 환자 한 분이 어느 날 「복도에 5m 간격으로 표시를 해 놓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장과의 대화시간」에 제가 건의해 복도에다 페인트칠로 거리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환자들이 「오늘 내가 200m 걸었다」고 몹시 기뻐하면서 걷기운동을 열심히 하시더군요. 또 우리 병원의 계단과 복도 가장자리엔 모두 손잡이가 있는데, 이것도 환자들의 건의로 설치된 것입니다』


『○○○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임상시험센터 전경.

─三星서울병원은 개원 이후 「보호자가 필요 없는 병원」을 지향해 왔습니다. 한국인의 정서상 입원 중인 부모를 곁에서 자식이 뒷바라지하지 않으면 불효자가 되고, 남편이 입원 중인데 아내가 시중 들지 않으면 욕먹기 십상입니다. 그런데도 「보호자 없는 병원」이 잘 되겠습니까.

『1300개 병상 규모의 병원에 보호자까지 상주하면 2600명 이상이 들끓게 되어 병원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습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의 본래 취지는 간호사의 전문적인 간호를 통해 간호의 수준을 높이고 보호자 상주에 따른 감염을 방지하며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산모와 소아과 입원환자, 수술 직후의 환자나 임종을 앞둔 환자, 그리고 의사가 권유하는 경우에는 보호자가 상주할 수 있다.

─병원 측이 목표로 삼고 있는 보호자 常住率(상주율)이 20%라고 하던데요.

『아직도 보호자 상주율이 35%에 달하고 있어요. 우리 간호사들은 환자 가족에게 「어머니를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라고 하거나 「오늘은 그냥 가시고 수술하는 날에 여기서 주무셔요」라고 하면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이룩하려고 우리 나름의 「입품」을 많이 팔고 있습니다』

─보호자가 없으면 간호사의 일거리가 많아지는 것 아닙니까. 물 먹고 싶은 환자, 대소변을 보려는 환자를 돌보려면 귀찮지 않습니까.

『우리는 환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는 만큼 호출하기 전에 미리미리 찾아가 돌봅니다. 또 간호사들은 병상과 직결되는 호출기를 달고 다니니까 입원환자 누구의 호출인지 대번에 압니다. 전화 받을 때 우리는 환자에게 「왜 그러세요」라고 묻지 않고 「○○○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응답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건 우리 병원의 內規입니다. 환자가 간호사를 찾는 이유는 당연히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인 만큼 「왜 그러세요」라고 되물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던데요.

『의사 처방에 의해 24시간 곁에서 지켜보아야 할 중환자나 치매환자를 입원시키고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병세 확인만 하는 며느리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보호자가 常住할 수 없으면 간병인을 두어야 합니다」고 일러주면 「三星서울병원은 보호자가 필요 없다는 병원이 아니냐」고 되받기도 하더군요. 우리 간호사들끼리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노인환자를 「高麗葬(고려장)을 당했다」며 안타까워해요』


자원봉사자 400명이 돕는 병원

필자는 9월6일(화요일) 12시경에 다시 한번 「고객상담실」에 들렀다. 40代 후반의 여성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통화내용은 三星서울병원을 찾아오려는 지방 환자에 대한 길안내였다.

『고속버스터미널에 계신다구요? 그러시면 水西로 가는 지하철 3호선을 타세요. 전철 배차 간격은 7분입니다. 20분쯤 후에 일원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오세요. 거기서 300m쯤 내려오면 우리 병원 정문입니다』

가슴께에 단 명찰을 보니 「자원봉사자 김미경」이라고 새겨져 있다.

─좋은 일 하십니다. 간호사는 어디 갔습니까.

『점심 먹으러 갔습니다』

─三星서울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언제부터 해 오셨습니까.

『10년 전부터 해 오고 있어요』

─자원봉사는 하루 몇 시간 하십니까.

『하루 네 시간씩 1주일에 두 번 여기서 일해요』

─이 병원엔 자원봉사자가 얼마나 됩니까.

『400여 명이라고 하더군요』

─三星서울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저는 三星가족이에요. 제 남편이 三星전자에서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바깥양반 때문에 병원 일을 돕는 거군요. 三星그룹은 임직원은 물론 그 가족에게도 자원봉사활동을 권장하는데,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로비에서 안내하는 일 등 여러 일을 해서 이젠 병원 돌아가는 사정을 눈치로 조금 압니다』

─환자상담실을 통해 본 환자들의 의식은 어떻습니까.

『처음엔 우리 병원에 대한 칭찬이 많더니 최근엔 요구사항이 많아요. 다른 대학병원들도 우리 병원을 벤치마킹하여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된 만큼 「친절한 병원」은 이제 우리 병원만의 자랑거리가 아니게 됐지요. 병원에 대한 환자의 요구사항은 갈수록 높아질 거예요』

─살림하랴, 자녀 양육하랴 바쁘지 않습니까.

『우리 집 아이 둘 다 대학생이에요』


「오만한 실험」이었던가
삼성서울병원 개원식(1994년 11월9일).

필자는 작년에 별세한 前 신민당 총재 李敏雨옹을 문병과 인터뷰를 겸해 별세 보름 전에 세칭 「빅 4」에 속하는 某 대학병원 병실로 찾아간 적이 있다. 1인 병실에는 「이민우」라는 명패만 꽂혀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마침 李옹의 병실에 들어가려는 간호사에게 『여기 입원 중인 李敏雨 선생이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간호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병실을 나서던 간호원에게 다시 한번 물어도 짜증난 얼굴을 보이다가 등을 휙 돌려 제 갈 길로 가 버렸다. 그 간호사는 철야 당직근무로 피로했는지 모른다. 필자는 그러려니 하면서도 이 대학병원이 제 아무리 진료의 수준이 높다고 해도 이대로는 내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아무도 없는 李옹의 병실에 들어가 30분쯤 기다렸다. 李옹은 부인과 막내아들이 미는 휠체어에 실려 병실로 돌아왔다. 무슨 검사를 받으러 내려갔다가 오는 길이라고 했다.

G대학병원장을 역임한 S교수는 『병원이 친절한지, 아닌지는 우선 환자와 접촉이 가장 많은 간호사들에 의해 좌우되는데, 간호사들이 노조활동을 주도하면서 불친절한 대학병원을 만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三星서울병원 고객상담실의 최복연 과장은 『환자를 내팽개치고 태업·파업을 하는 것은 의료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서울의 R대학병원과 Y대학병원의 노조가 대표적인 强性노조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 대학병원일수록 환자들에게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月刊朝鮮 1995년 3월호는 三星서울병원 開院 4개월 후 「三星의료원의 오만한 실험」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친절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三星은 병원 건설에만 다른 병원의 두 배 이상인 4700억원을 들였고, 의사·간호사 등 인력도 많이 채용했다. 「친절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엄청난 돈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습관과 고정관념을 깨는 자기 개혁도 필요했다. 「촌지 없는 병원」은 가장 쉽게 달성된 목표였다. 한 의사는 『우리의 본업은 병을 고치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사회도 한번 고쳐 보겠다』고 말했다>

당시 이런 도전에 대해 사회적 찬사도 받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三星서울병원의 입지는 좀 어려웠던 것 같다. 다시 月刊朝鮮의 기사 인용이다.

<「돈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일 아니냐」면서 비아냥거리는 시선도 있었고, 「언제까지 그렇게 하는지 두고 보자」고 벼르는 사람도 있었다>


특수 질환자 위해 110여 개 클리닉 운영

三星서울병원은 다수의 국내 최초 시술 성공, 고난도 수술의 시행으로 일부 부문에서 세계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고 자부한다. 예컨대 무릎관절 骨관절염 磨滅穿孔術(마멸천공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고, 尿路結石(요로결석) 레이저 제거술, 眼球돌출증 내시경 수술 등은 국내 최초 시행이었다.

三星서울병원은 1995년 3월 국내 최초의 「通院수술센터」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전체 수술의 30% 이상을 「無血수술(LIS)」로 시행했다. 선진 의료수준의 척도라 할 수 있는 無血수술은 일반 수술에 비해 치료기간이 단축되고 치료효과가 높으며 진료비는 절감된다. 이같은 無血수술의 발달에 의해 국내에도 입원하지 않고 당일 수술·당일 퇴원이 가능한 通院수술의 시대가 개막되었다.

종래 국내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특수 질환자를 위한 클리닉 110여 개가 개설되었다. 그 결과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은 후 성인이 되어 합병증이 발병된 환자, 해외여행 후 풍토병에 걸린 환자, 산부인과를 찾기 꺼리는 사춘기 여성, 특정과목의 성적만 부진한 어린이, 암 수술 후 임파선 異常이 온 환자 등 그동안 진료의 死角지대에 놓였던 환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게 되었다. 대표적인 클리닉의 업적은 다음과 같다.

「위암 클리닉」은 소화기내과·소화기외과·소화기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협진체계로 내시경 및 초음파의 당일 검사·당일 진단을 통해 9200여 건의 위암 수술 실적을 기록했다.

「肝이식 클리닉」은 1996년 5월부터 지금까지 기증자의 肝을 수혜자(末期 간질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 470여 건을 시행했다. 이석구·조재원 교수 등을 비롯한 이식외과·소화기내과·소아과·소아외과 전문의와 코디네이터 등 전문팀의 협진체제로 운영함으로써 先進 이식 프로그램으로 국내외의 인정을 받고 있다.

「造血母(조혈모) 세포이식 클리닉」은 병든 골수의 造血세포를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으로 제거하고 정상 造血母 세포를 이식 또는 주입하여 백혈병, 再生불량성 빈혈 환자들에 대한 치료효과를 높이고 있다. 특히 難治性(난치성) 소아암인 神經母細胞腫(신경모세포종)의 경우 완치율이 1~3기 100%, 4기 67%에 달하고 있다.

「간질 클리닉」은 그동안 780명의 난치성 간질환자를 수술하여 96.7%라는 국내 최고의 수술 성공률을 기록했다.

「腦卒中(뇌졸중) 클리닉」은 腦신경센터의 24시간 응급의료체계(응급의료헬기 보유)를 통해 발병 후 6시간 이내에 도착한 환자의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신경과 이광호 교수는 1999년에 『3位相 나선식 CT(컴퓨터 단층촬영)를 이용한 血栓溶解劑(혈전용해제) 정맥주사치료법으로 7시간 이내에 도착한 환자의 경우도 치료효과가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3시간 이내 도착해야 성공 가능하다」는 미국 의료계의 기준을 능가한 사례이다.


三星서울병원이 추천하는 「名醫」
三星서울병원의 호흡기질환 연구 및 진료를 이끄는 권오정 교수.

호흡기내과 權五楨(권오정) 교수는 폐암 분야의 권위자였던 故 韓鏞徹 박사(三星서울병원 초대 원장)의 수제자다. 權교수팀은 결핵, 만성폐쇄성질환 등 호흡기질환 연구 및 진료 부문에서 국내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權교수는 난치성 결핵에 대한 세계 첨단의 인터페론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그는 『호흡기에 가장 나쁜 것은 담배』라면서 『처음부터 담배를 피지 않도록 청소년들을 중점 지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반외과 梁精鉉(양정현) 교수는 유방암 분야에서 高名하다. 그는 미국의 외과종양학회지에 「유방암의 임파절선 상태가 장기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여 호평을 받았다. 국내외 학술지에 50여 편의 주목할 만한 논문을 발표했다.

신경과 羅悳烈(나덕렬) 교수는 1994년 국내 최초로 「기억장애 클리닉」을 개설, 치매의 한국적 진단·치료 기준을 마련했다. 초진 환자에 대해 5~6명의 전문의가 약 2시간에 걸쳐 진찰하는 시스템이 그 특징이다. 51편의 연구 논문을 해외 저명 학술지에 발표했다. 2003년 2월 성균관大 의대 첫 졸업생들은 그를 「올해의 스승」으로 뽑았다. 매년 15~20명의 他대학 전공의들이 파견돼 그의 지도를 받고 있다.

그는 『치매는 노령기의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30~40代부터 생기기 시작하여 차츰 악화되는 질환』이라면서 『하루 1시간의 운동과 금연·節酒, 그리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태도가 치매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이비인후과 董憲鍾(동헌종) 교수는 1994년 코 내시경을 이용한 뇌하수체종양 수술에 성공한 新치료법의 개척자이다. 쉽게 말하면 머리 등 코와 가까운 부위에 번진 종양(암)을 콧구멍 속으로 「가는 철사줄」을 집어넣어 제거한 것이다. 종전 같으면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암종을 찾아내야만 했던 위험한 대수술이었다.

필자가 『三國志에 등장하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名醫 화타가 董교수의 치료법을 알았던들 曹操(조조)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라고 그의 업적을 은근히 치켜세우자 그는 『그땐 코 내시경 같은 것이 없던 까마득한 옛적 아닙니까』라고 받았다.

심한 편두통을 앓았던 曹操는 화타에게 치료를 의뢰했다. 화타는 조조의 頭骨에 구멍을 내어 수술을 하려고 했다. 曹操는 혹시 암살 기도가 아닌가 의심하여 끝내 화타를 옥사시키고 말았다.

董교수는 1998년 7월 제17차 유럽鼻과학협회 국제심포지엄에서 비디오 논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1999년 9월에는 美國이비인후과학회 정기학회에서 재단 학술상을 받았다. 1995년 5월에는 코 내시경을 이용한 眼球감압술(눈알 돌출증 치료), 1997년 4월에는 축농증 재발 감소를 위한 「상악동 부위 천자흡입 수술법」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정형외과 安珍煥(안진환) 교수는 경희대병원 재직 시절인 1979년 국내 첫 관절경 시술에 성공한 뒤 지금까지 8000여 명의 관절을 관절경 수술로 고쳤다. 그에게 배운 의사가 200여 명이며, 외국인 제자도 50여 명에 달한다.


생체 부분 肝이식 수술 세계 최고

이식외과 趙梓元(조재원) 교수의 생체 부분 肝이식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三星서울병원이 개원하던 1994년 趙梓元 교수팀은 선진 장기이식 기법을 배우기 위해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에 장기간 연수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지난 4월, 연수 시절 스승이었던 존스홉킨스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몽고메리 교수가 삼성서울병원을 찾아와 생체 부분 肝이식 기법을 배우고 가 의료계에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불과 10년 만에 趙교수팀의 肝이식 성공률이 미국 병원을 상회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趙교수의 수술 건수는 月 35건 내외. 肝이식뿐만 아니라 간암 등 고난도 肝 분야 수술을 하루 한 건 이상 시술하고 있다.

안과 安炳憲(안병헌) 교수는 녹내장 수술 분야의 권위자다. 1989년 충남대병원 재직時 그는 末期 녹내장 환자에게 시술하는 녹내장 임플란트의 국산화에 성공해 큰 화제를 모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眼科 관련 의학용어는 眼瞼(안검), 睫毛(첩모) 등이었는데, 이를 눈꺼풀·속눈썹 등으로 바꾼 것도 그의 공적이다.

순환기내과 權鉉哲(권현철) 교수는 심장 분야의 영파워이다. 그는 병원에 실려 온 환자 중 심근경색과 쇼크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10%에 불과했던 치료율을 80%로 끌어올렸다. 1998년에는 환자의 冠狀動脈(관상동맥)에 철망을 고정시켜 주는 「관상동맥 확장 스텐트 복합술」과 손목 혈관을 이용한 심장중재술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필자는 權교수에게 손목 혈관을 통한 심장중재술이 시술되고 있는 현장의 견학을 요청했다. 「조정실」로 들어가 투명 유리벽을 통해 수술실을 관찰할 수 있다.

수술대 위에는 심장의 혈관이 血栓(혈전: 피떡)으로 막힌 50代 후반의 남자가 누워 있었다. 옛날 같으면 가슴 부위에 「칼」을 대어야 할 대수술이다. 그런데도 환자는 마치 링거 주사를 맞는 것처럼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다. 손목에만 부분 마취를 하여 혈관에 가느다란 「철사줄」을 주입, 녹슨 수도관 내부를 청소하듯 혈관에 엉겨붙은 노폐물을 긁어 낸다. 원격조정에 의해 움직이는 「철사줄」이 현재 어디쯤에서 어떻게 작업하는지 모니터를 통해 「중계방영」되고 있다. 파란색 「물감」이 주입된 혈관이 클로즈업되어 필자와 같은 문외한의 눈에도 수술 상황이 짐작되었다.

거의 無血수술이라 수술이 끝나면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고 한다.

감염내과 宋在焄(송재훈) 교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세균과의 전쟁」을 주도하는 선구자이다. 그는 아시아 14개국 25개 연구기관이 협력하여 아시아 지역의 항균제 耐性(내성) 문제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대처하는 국제기구인 ANSORP(앤솝)과 연구재단인 ARFID (알피드·재단법인 아시아·태평양 감염연구재단)를 창립했다. 국내 의료계로서는 최초로 국제학회를 주도하는 것이다.


의학교육의 道場으로 활용되기 바란다

三星서울병원의 현관 벽면에는 三星의료원 설립 당시 李健熙 회장의 理想과 포부가 陰刻(음각)되어 있다.

<건강한 社會와 福祉國家 實現을 위하여 이웃과 함께 하는 따뜻한 企業으로서 사명을 다하고자 여기 三星醫療院을 설립하였습니다. 병들어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기쁨을 찾을 때 三星은 國民企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이곳이 단순한 病院이라기보다는 醫學發展과 醫學敎育의 道場으로 널리 有益하게 活用되기를 바랍니다. 1994년 11월19일 三星醫療院 이사장 李健熙>

三星은 李健熙 회장의 희망대로 1997년 3월 成均館大 의대를 설립했다. 성균관大 의대는 매년 40명씩 선발한다. 입학생들은 수능시험 최고 성적권에 든 학생들이다. 성균관大 의대 졸업생은 현재 전공의 2년차까지 진출해 있다.


문제해결 중심 PBL학습법
성균관大 의학관 전경.

성균관大 의대는 국내 최초로 문제해결 중심의 선진형 PBL(Problem Based Learning) 교육방식을 채택하여 학문과 실제 임상을 접목했다. PBL 교육방식은 전통적인 학급 단위 및 강의 중심의 교육에서 탈피, 6~7명의 小그룹 단위로 이루어지는 토론 중심의 교육방법이다.

수업은 교수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의 학습으로 이뤄진다. PBL 교육을 도입한 대표적 의과대학으로는 미국의 뉴멕시코 의대, 머서 의대, 하버드 의대, 호주의 뉴캐슬 의대, 네덜란드의 림부르흐 의대, 일본의 도쿄 여자의대, 쓰쿠바 의대 등이다.

성균관大 의대에서는 한 학년(40명)을 6개 小그룹으로 나누고, 각 小그룹에 교수 1명이 튜터(Tutor)로 배정돼 학습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해결 중심의 학습은 환자의 증상에 따라 학생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적극적인 방식인 만큼 높은 교육효과를 창출한다. 기존의 암기와 이론 위주 교육방식에서 사례 중심 교육방식으로 수업한 것이 의사고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했던, 학교 당국의 우려는 2003년 98.5%, 2004년 100% 합격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해소되었다.

국내 최초로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 환경을 이용한 강의 방식의 도입으로 他의과대학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의 의약분업 사태 시에는 전국의 의대생들이 성균관 의대처럼 PBL 교육을 도입해 달라는 요구조건을 내걸 정도였다.

1999년 3월엔 성균관大 水原 자연과학캠퍼스內에 첨단 시설의 의대 본관 건물이 완공되었다. 이로써 성균관大 의대생들은 의대 캠퍼스와 三星의료원 산하 4개 병원을 오가며 국내 최고급 교수진으로부터 의학을 전수하고 있다.


심장혈관센터와 암센터의 協診체제

三星서울병원은 지난 10년간 「고객 중심 병원」이라는 선진국형 모델을 성공적으로 접목시켜 왔다. 이제는 그동안의 양적 성장을 토대로 진료의 質도 향상시켜 세계적 수준의 병원과 경쟁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의료 시장 역시 WTO(세계무역기구) 체제下에서 국경의 장벽이 무너지고 개방됨에 따라 진료의 질에 바탕한 경쟁력 증대가 요청되고 있다. 또한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체계의 문제점 보안의 필요에 의해 민간 의료보험시대가 도래하면 의료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三星서울병원의 목표는 2015년까지 아시아 최고의 병원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특정 진료 분야에서는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병원과 M.D.앤더슨 암센터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겠다는 야망도 감추지 않는다.

三星서울병원은 2001년부터 「비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다듬어 왔다. 2002년에는 중견 의사들로 구성된 「중기비전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2001년에 마련한 「비전 2010」 試案을 보강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컨설팅도 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3년 4월21일 「비전 2010」이 발표되었다.

「비전 2010」의 골자는 「최상의 진료를 구현하는 환자 중심의 先導병원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었다. 三星서울병원이 개원 이후 10년간 의료문화를 선진화했다면 이제는 진료의 質을 선진화함으로써 환자의 만족을 드높이겠다는 의지이다. 그렇다면 그 실행 프로그램은 어떤 것일까.

三星서울병원은 진료 시스템을 현재의 진료과 중심에서 선진형인 전문 진료센터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多빈도 및 중증 질환을 다루는 심장혈관센터와 암센터에 協診(협진)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심장혈관센터의 경우 2003년 3월부터 초진 클리닉, 관상동맥질환팀, 심부전·판막질환팀, 선천성질환팀, 부정맥팀, 혈관질환팀 등 6개의 질환팀으로 再편성되었다. 기존의 순환기내과·심장외과·심장소아과·마취과·핵의학과·영상의학과 등 진료과 중심의 구성에서 탈피한 것이다. 초진 클리닉은 최초 진료-검사-결과 확인까지 보통 2~3주 소요되던 과정이 하루 만에 가능하도록 단축했다. 이것은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는 종래의 진료과 중심에서 한 곳에 팀을 이뤄 집결한 의사들이 환자 1인을 협진하는 「원스톱 서비스」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암센터도 국내의 암 발생률 및 사망률에 근거하여 6개 팀으로 재편되었다. 2003년 6월부터 위암팀·간암팀·대장암팀·폐암팀이 진료에 들어갔고, 10월부터는 유방암팀·자궁암팀이 가동되었다.

금년 9월부터는 혈액암·림프종팀, 造血母(조혈모) 이식팀, 췌담도암팀, 소아암팀, 두경부암팀, 비뇨기암팀, 뇌종양팀, 골육종팀 등이 새로 구성되어 총 14개 암질환에 대한 전문치료팀이 구성되었다.

三星서울병원은 2010년까지 뇌졸중센터·이식센터·알레르기센터 등을 발족시키는 등 특성화 센터에 의한 진료시스템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이것은 환자가 의사를 찾는 시스템에서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시스템인 만큼 의료의 「서비스 라인」 제도가 구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 병원
성균관大 의대의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교육.

三星서울병원은 개원 당시부터 병원 전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첨단 인프라를 설치했다. 의료기관의 신경망이라 할 수 있는 첨단 의료 정보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2003년 4월1일부터는 SMIS(三星의료정보시스템)를 가동시켜 인프라를 한 단계 더 높였다.

「SMIS 2003」은 병원內 전산 시스템 전반을 업그레이드시킨 프로젝트로서 신속한 원무 진행과 정보 공유화로 진료의 효율화를 이루고 환자의 대기시간을 대폭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03년 11월에는 의료계의 숙원 중 하나인 病棟전자차트(EMR)化도 마무리했다. EMR는 차트의 전산화라는 차원을 뛰어넘어 임상 연구자료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표준진료지침 적용 등 의료의 質 관리와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병원 정보화의 핵심사업이라 할 수 있다.

2003년 6월부터는 기존의 원내 긴급 호출 시스템인 호출기를 대신하여 휴대전화와 PDA를 결합한 단말기로 實시간 협진과 환자 조회가 가능하도록 한 모바일 호스피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三星서울병원이 「의료의 質」 향상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병원 발전 방안을 내놓자 의료계에서는 의료 개방을 앞둔 시점에서 국내 의료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三星서울병원은 「영상 의학의 꽃」이라 불리는 PACS(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s System) 등 첨단 의료장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三星서울병원의 진단검사의학 자동화 시스템(TLA)은 세계에서도 가장 앞선 시설로 외래환자의 경우 50분 만에 대부분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로써 당일 검사·당일 진료를 실현시켰으며, 병원內 통합전산시스템으로 연계되어 신속한 환자처리가 가능해졌다.


2007년 말 三星암센터 준공
이제는 三星서울병원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1980년대 일원동 일대.

三星서울병원은 별관 주차장 부지에 아시아 최고 수준을 목표로 하는 암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2004년 착공한 연면적 3만3000평(지상 11층, 지하 8층)에 650개 병상 규모의 암센터는 2007년 말에 준공될 예정이다. 本院의 1300개 병상을 더하면 三星서울병원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이 된다. 미국의 일류병원 중에도 병상 1000개를 넘어서는 병원은 드물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암센터로 떠오를 「三星암센터」는 17개의 수술실, 69개 병상의 중환자실, 48개의 외래진료실 등이 구비된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2500명의 외래 암환자와 700여 명의 입원환자가 전문 치료를 받게 된다.

三星암센터는 M.D.앤더슨 암센터와 메이요 클리닉을 벤치마킹해 이들의 장점을 결합시킨 세계적 암 전문병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협진체제를 위해 외래에 협진실과 항암주사실을 확충하여 암치료의 세계적 추세인 외래 기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암센터는 진료-검사-치료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환자의 이동동선을 최소화함으로써 신속한 치료와 환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三星서울병원의 韓鏞徹 초대 원장(고인)은 10년 전인 1995년 3월 月刊朝鮮과의 인터뷰에서 『아예 돈을 벌지 않을 생각으로 더욱 더 친절한 환자 중심의 병원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月刊朝鮮 姜仁仙 기자의 물음에 대한 韓원장의 답변 중 한 대목이다.


한 해 1000억 적자 내도 좋다고 했지만…

<─금년에도 500억원이 넘는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던데, 그래도 지금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돈을 벌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三星그룹이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창구로서 三星의료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얼마 전에도 李健熙 회장이 금년에 얼마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하기에, 「500억원」이라 했더니 「그 정도 가지고 병원 운영이 제대로 되겠느냐. 1000억원 적자 낼 각오를 하라고 하시더군요. 현재로서는 가까운 시일 안에 흑자 운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현재의 의료보험 체계下에서는 더욱 불가능합니다』>

개원 10년이 된 2004년에도 三星서울병원은 2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냈다고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三星그룹 내부의 지원도 줄어들었다. 그룹 차원의 지원금 지급도 내부자 거래로 규정된다. 우리 사회엔 공익사업을 위한 寄附(기부)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한국 제1의 재벌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기부금을 내겠다는 독지가가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현행 국민의료보험 체계下에서 의료수가를 올릴 수도 없다. 현재 국내 대학병원의 의료수가는 미국 제1의 병원인 존스홉킨스대학에 비해 10분의 1 내지 13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폭을 줄이려면 외래환자를 많이 유치하고, 러브호텔처럼 입원실 병상의 회전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三星서울병원은 개원 당초 하루 2500명의 환자를 진료할 계획이었지만, 이제는 2배가 훌쩍 넘는 6000명을 진료한다. 위암수술 환자의 경우 일본의 병원에선 평균 3주간 입원시키지만, 三星서울병원에서의 평균 입원기간은 1주일이라고 한다.

三星서울병원은 환자의 보호자를 포함하여 하루 3만 명이 유동하는 인구밀집 지역이다. 당연히 병원의 쾌적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외래환자에 대한 의사들의 진료시간은 줄어들고, 진료대기시간은 길어졌다. 현재 三星서울병원의 의사들은 15분에 평균 5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의사 1인이 하루 4시간 근무하면 80명의 환자를 본다는 계산이다.

이것은 三星서울병원의 당초 理想에서 벗어난 일이다. 한용철 초대 원장은 月刊朝鮮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三星의료원은 돈을 벌려는 병원이 아닌 만큼 외래환자의 수를 조정해서라도 의사에게 지나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오늘 오전에도 약 3시간 동안 제가 30명의 환자를 봤습니다. 과거에는 서너 시간 동안 환자를 100명씩 본 적도 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환자 수가 60명을 넘어가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제대로 진찰을 할 수 없습니다. 친절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오진의 두려움도 커지지요』

외래환자들은 로비 창구에 평생 유효한 「진료카드」를 내밀고 진찰실 바깥 대기실로 찾아가면 담당 의사와 대기자 번호가 표시된 전광판과 만나게 된다. 의사의 이름 밑에 주황색으로 표시된 두 개의 번호는 진찰실 문 바로 앞 의자에 앉아서 기다릴 사람들의 번호이고, 그 밑에 나타난 세 개의 번호는 바깥 대기실에서 기다릴 사람의 번호다.

이런 대기실의 모습은 이제는 三星서울병원만의 자랑거리가 아니다. 三星서울병원이 다른 대학병원에 비해 대기시간이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진료시간이 예약된 시각보다 30분 정도 늦어지는 일도 흔하다.

응급실도 다른 대학병원처럼 시장바닥이다.


2015년까지 「아시아 최고 병원」 실현
2007년 말 준공 예정인 삼성암센터 조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三星서울병원은 『三星이 하면 다르다』는 말을 가장 실천한 병원이다. 택시를 타고 본관 현관문 앞에 닿으면 아직도 자원봉사자가 문을 열어 주는 병원이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도 나지 않는다. 1층 로비 한쪽에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스며나오는 커피 향기가 짙다. T자형 청소도구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문턱 위의 먼지도 닦아 내는 병원이다.

三星서울병원은 입원환자의 머리를 1주일에 두 번 감겨 주고, 목욕을 한 번 시켜 주는 병원이다. 병원에 대한 평가를 앞두고 다른 병원들도 三星서울병원을 본떠 「목욕팀」을 만들었다. 그러나 三星서울병원처럼 「평가」를 하든 말든 계속하는 병원은 그리 흔치 않다.

외래환자·입원환자·중증 질환자·생명과는 관계없는 환자 등의 진료실·입원실·출입문을 지능적으로 분리 배치하여 환자복을 입은 입원환자의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중증환자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일도 드물다.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동선을 달리한 때문이다.

三星서울병원의 야망은 웅대하다. 지난 10년간 내부적으로는 안정적 운영과 내실을 기하고 외부적으로는 국내 의료계의 서비스를 개혁한 제1기라고 한다면, 앞으로 실현해야 할 제2기는 대내외적으로 최상의 진료 역량과 시스템을 갖추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단계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구체적 점령 목표는 2010까지 아시아 先導병원, 2015년까지 아시아 최고의 병원으로의 도약이다.

제2기 목표가 달성되면 세계 1위 존스홉킨스병원, 2위 메이요병원, 3위 하버드 대학병원 등과 경쟁하는 글로벌 초일류 병원의 실현을 위해 전진할 것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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