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기사

[書評]「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

생명을 걸고 8년간 세계 분쟁지역 12곳 답사, 叛軍지도자의 분노와 주장, 민초의 좌절감 담아

글 정순태 기자  200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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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史, 곧 피의 역사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국가와 집단이 갖가지 이유로 서로가 서로를 죽였다. 東西 냉전이 막을 내린 후 최근 15년 사이에도 지구촌 사람들은 「유혈과 전란의 시대」를 종식시키지 못했다.

전쟁범죄 행위들도 더욱 잔혹해졌다. 인종청소(보스니아·르완다·코소보), 조직적 강간(보스니아·코소보)과 신체 절단(시에라리온) 등은 인류 문명사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다.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는 국제분쟁 연구자 金在明(국민大 강사)이 전쟁과 테러 현장을 답사하여 저술한 생생한 리포트이자 분석적인 해설서이다. 지구촌에서 터지는 전쟁과 테러의 본질은 무엇인지, 누가 유혈투쟁을 벌이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쟁학 교과서」이기도 하다.

제1부와 제3부는 內戰(내전) 또는 국제전에 관한 해설·전망 등을 다룬 전쟁론과 평화론이고, 제2부는 저자가 8년 동안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12곳의 세계적 분쟁지역을 직접 찾아다닌 결과를 정리한 현장 취재기이다.

특히 제2부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살아 있는 전설」 야세르 아라파트, 하마스의 지도자 셰이크 아메드 야신, 시에라리온 內戰에서 손목 절단 테러 전술로 악명 높은 포데이 산코, 체 게바라의 南美 5개국 長征에 동행한 알베르토 그라나도 등 인터뷰가 어려운 여러 叛軍(반군) 지도자 및 투쟁가와 직접 만난 사연 등을 담았다.

언어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웃을 죽이는 잔혹한 대량학살의 현장 등을 목격한 저자는 「인간이 과연 선한 동물인가」에 대해 깊은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저자는 서울大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기자(차장)로 일하다 뉴욕시립大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국민大에서 「1990년대 국제분쟁과 내전」을 강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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